알코올의존 회복자님의 단주 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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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작관리자 작성일20-12-01 11:38 조회4,497회 댓글0건본문
알코올의존 회복자님의 단주 수기
50여 년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요즈음은 하루를 어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것인지 즐거운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신기합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단 한 모금도 술도 마시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A.A 모임과 외래 치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술을 마시기 싫었습니다. 아니 술을 저주하면서 세상의 술 공장을 다 없애고 싶었습니다. 가난한 집안의 5형제 중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7살부터 일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술 문제가 심각해서 할아버지께서 내놓은 분이었습니다. 그런 분과 사신 어머니는 너무도 고생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나름 잘 사셨지만, 아버지는 이미 내어놓으신 분이라서 집도 절도 없이 처음에는 오두막집에서 살면서 나와 동생들이 태어나고 먹고 사는 것은 꼬막 배 한 척 가지고 고기 잡아서 겨우 밥 먹고 살았습니다. 그때도 아버지는 술을 매일 마셨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술 심부름은 제 몫이었습니다. 어린아이에 그것도 밤에 시골 불빛도 없는 길을 걸어서 술을 사러 가면 가게도 문을 닫아서 문을 열 때까지 두드리고 술을 받아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낮에 아버지는 술에 취해 주무시고 밤중에 일어나 저를 깨워 고기를 잡으러 갔습니다. 여름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차디찬 겨울밤에 장갑도 없는 그 시절 손발이 동상에 걸려서 고생하면서 일을 하였고, 나름대로 공부도 잘 했지만 학교를 일찍 포기해야 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 10시쯤 아버지는 자전거 타고 학교로 오셔서 저를 일을 시키고자 다시 데려갔습니다.
어떤 날은 일주일 만에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이 결석했다고 제 빰을 때려 맞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찍 집을 떠나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6살에 숙식이 제공되는 곳에 취직하여 생활하였으나 월급날이 되면 아버지가 오셔서 그 돈 가져다 동네 술 외상값 다 갚고 동네 사람들에게 술을 사 주셨습니다. 동네에서는 호인인데 집안은 어찌 돌아가는지 그리고 또 어머니를 얼마나 폭행하셨는지 정말 끔찍합니다.
그런 어느 날 내 나이 20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저는 눈물조차 나지 않고 속으로 잘 돌아가셨다 생각했습니다. 정말 저의 아버지는 병원 문턱도 한번 못 가보고 그것도 밤새 주무시면서 조용히 가셨습니다. 아마도 본인은 엄청나게 괴로웠을 것입니다. 새벽에 돌아가시고 오후에 입관하기 위해서 수의를 입혀드리는데 이미 배꼽 주위가 시퍼렇게 다 썩어있었습니다. 아마 내장이 다 녹아내린 것 같았습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거의 하루에 소주 2되~3되를 매일 드셨으니까요. 어쩌면 불쌍한 삶을 사셨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49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셨습니다. 그때 막내가 6살, 정말 제게 집도 절도 땅덩어리 하나 심지어 아무것도 없이 어머니, 어린 동생들 정말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집도 사고 아버지 때 못이른 배도 사고 나름 부지런히 일하면서 지냈지만, 너무 힘들어서 기댈 곳이 없다 보니 그렇게 원수 같은 술을 마시게 된 것 같습니다. 어떤 맛인가 먹어보니 처음에는 쓰고 맛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기분도 풀리고 스트레스도 해소가 되면서 술이 나도 모르게 서서히 늘고 있었지만, 그것을 잘 몰랐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제발 술 마시지 마라. 너희 아버지가 술 때문에 그렇게 돌아가셨는데 자식인 너까지 그러면 나는 누구를 믿고 사느냐.”며 울며 말씀하실 때 저도 어머니께 큰소리쳤습니다. “나는 절대 아버지처럼 술 안 마신다.”고 그랬던 저 자신이 아버지 돌아가시고 배운 술이 23년 만에 안전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고 나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중독자임을 알아야 했습니다. 적게는 하루에 1.8리터 3병! 결국, 병원 가는 중에 의식을 잃었고, 10kg의 살이 빠져 있었으며, 간수치는 980, 위는 헐대로 헐어 건강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때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며 술을 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에 맹세하여도 길면 2달, 조금 나아지면 절주하였으며, 이제는 옛날처럼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를 수차례 결국은 예전의 음주 형태로 돌아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여러 번 반복되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생각은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포기 상태에 들어가 버리니 미칠 것 같았습니다. 착하고 여린 어머니께서도 저에게 “미치려면 술을 곱게 마시라.”고 독하게 말을 하셨습니다. 저도 정말 미쳐서 차라리 정신 줄을 놓고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정신은 더욱 또렸해지고 온몸만 부서져라 아팠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여 해독 치료, 지속적인 약물치료, 규칙적인 식사를 하니 차츰 신체적으로 회복 되어갔고 조금씩 정신적인 안정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상담하면서 A.A.모임에 참석할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저는 A.A.가 무엇인지, 무슨 종교 단체인지 알 수 없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는데 A.A.에 나가면 술을 안 마실수 있다는 이야기에 억지로 참석을 해 보았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었지만 어찌 되었든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A.A.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습니다. 모임에 간 이유가 또 한 가지 있습니다. 퇴원해서 집에 오니 세월이 흘러서 이해된 부분이지만 처음에는 가족들이 절 피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마도 내가 정신병원 갔다 와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니 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가족들이 병원에 보낸 게 미안해서 그런 줄도 모르고 어쨌든 그때는 두려웠습니다. 갈 곳도 없고 친구들도 못 만나겠고 그래서 낮에는 잠만 자고 밤만 되면 차를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A.A.라는 곳에 한번 가보자 어떤 곳인지 참 많이 망설이다 참석했습니다. 너무 서먹하고 잘 챙겨주시고 커피도 타 주시고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습니다. 지금은 저도 새로운 분이 오면 처음 제가 받은 것을 후임 분들게 따뜻하게 대해드리고 있습니다.
나는 내가 벌어서 술 마셨고 어린 동생을 나름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냈는데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가 이러면서 가족 원망 나 지신 원망 집에 있는 아이들 걱정 또 많은 빚들 걱정 이제 이 병원 나가서 어찌 사람들을 보고 가족들 아이들을 어찌 볼까 그래서 저녁이면 나름 열심히 일했고 부모님께 못 받은 유산을 자립해서 조금은 이루었는데 나 자신이 잘 못 살아왔다는 생각과 후회 속에서 잠을 못 자고 울면서 잠들기도 며칠씩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아이들을 면회 오라 했는데 막상 면회를 오면 나 자신이 너무 초라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저는 결심했습니다. 퇴원하면서 이제는 정말 열심히 살고 술은 절대로 마시지 않으리라 그때 만약 A.A.메시지를 받지 않고 퇴원했으면 아마 저도 입, 퇴원 반복 아니면 이미 죽을 목숨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평생 처음으로 A.A을 알고 퇴원해서 단주하게 되고 다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래 술 안 마시는 것은 A.A.안에서 하겠다. 그러나 삶은 내가 처리한다. 왜냐면 너무 어릴 때부터 가정을 책임지고 살아왔다 보니까요. 처음에는 A.A.하고 일하고 두 가지 다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가다보니 내가 알코올중독자인 것은 인정하지만 삶은 내가 한다고 인정을 못 하니 술은 안 마시는 대신 육체적인 고통을 주시니까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도 A.A.을 다니며 담당 주치의 선생님께 외래도 다니면서 약물치료도 받고 그렇게 조금씩 회복이 되어갔습니다. 요즘도 작은 손 떨림이나 육체적 흔들림이 조금씩 있지만 약을 먹고 A.A.모임도 참가하면서 한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인 것처럼 제 자신이 죽을 때 까지 함께 해야 만이 살길이라 봅니다. 이제는 조금씩 빚도 갚아 나가고 있으며 아이들도 잘 성장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어머니, 동생들도 좋아하고, 모임도 꾸준히 열심히 다니며 메시지도 전하고 있습니다.
회복하고 있는 알코올중독자 여러분, 언제까지나 자신 혼자만이 할 수 있다고 고집하지 말고 한번 쯤 자신을 돌아보며 내 힘이 아닌 다른 힘에 한번 맡겨보십시오. 그러면 무엇인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간 세월도 오지 않습니다. 더 늦기 전에 회복의 문을 두드려서 우리 회복의 길을 가기를 바랍니다.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22년을 술을 마시고 중독자가 된 것처럼 아마 22년 아니면 죽을 때까지 술을 안 마셔야 회복이 된다고 봅니다. 처음 1년 정도는 술만 안 마시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 술 안 마시는 문제보다 경제적인 문제, 가족들의 요구사항 등이 생깁니다. 아마 가족들은 1년이나 술을 안 마시고 있으니 다행인 줄 압니다. 하지만 착각입니다. 중독자가 술을 안 마시고 단주를 하면 세월이 가는 만큼 알코올에 대한 욕구는 더욱더 올라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꾸준히 A.A.모임을 다니고, 메시지도 전하며 꼭 외래도 다녀서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다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A.A. 12단계를 매일 실천하며 내일을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하루만 단주하겠다는 각오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살이 인생은 아닙니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내일도 살 수 있으니까요.
♣ 단주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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